2월
이쁜마누라! 1월의 마지막 날을 넘겨버렸네.
정말 미안해. 갑자기 먹지도 않은 술에 취한것 같은 현기증을 느꼈네.
아침에 났던 생각이 점심을 지나며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녹화에 월말 마감에 감사에...설명절엔 또 얼마나 힘들까.
차례준비 지인들에게 인사.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들 대학에 입학하는 조카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당신의 성격 인지라 챙길것 많은 일들.
그렇게 2월이시작됐네.년초부터 너무 힘들게 시작해서 여기저기 고장이나
나지않을까 걱정스러워.
어느땐 당신의 건강을 은행에 잔뜩 저축해 놓았다가 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애같은생각도해보네.아무튼 아끼고 조심하며 2월도 잘 지냈으면 좋겠네.
사랑해... 2월 첫날 남편이
토요일 생방송 준비로 출근을 해서 열어본 내 메일에 남편이 보낸 메일이 들어와 있다.
어제 밤 늦게 보냈나보다.
2월 첫날,하루종일 메일을 확인해봐도 남편 메일이 들어오지 않았다.
7년동안 매월 첫날이면 메일을 보내는데...참 이상하다 했더니
늦게 생각났나보다.
남편에게 새노트북을 설 선물로 받았다.
5년간 써온 낡은 노트북
몇번인가 써비스를 받고 어르며 달래며 써왔는데
글을 쓰다가 그냥 다운되어 놀라게 만들었다.
매일 노트북을 남편 얼굴보다 더 오래 바라보고 사는 나로써는 짜증나는 일이었다.
몇번 툴툴거렸더니
안돼 보였나보다.
2월에는 설도 있고 세명의 조카가 대학엘 입학하고 하나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와 아들 등록금도 내야하고
생각하면 복잡하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넘어가리라 믿는다.
8남매 맏며느리이고 친정에도 6남매가 되기 때문에 조카를 합치면 30여명 되는데
해해마다 상급학교 들어가고 졸업하고 일이 끊일날 없다.
하지만 그게 인간사 사는게 아닐까..
각집안의 큰조카들이 대학에 갈때는 조카들 등록금을 위해 10년이상 적금을 넣었다가
대학 입학때 주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떼낼 수 없으니
오래 적금을 넣어야 마련할 수 있었다.
둘째들에게는 그렇게 준비하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커가고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목돈 들어갈 일이 많아져
조카들을 제때 챙길 수 없었다.
큰엄마 입장이다 보니 그런것들도 걸린다.
명절에 조카들 세배돈도 만원씩만 나가도 수십만원이고
어머님 계실때는 어머님께서 꼭 며느리들을 챙기셨으니
어머님 계시지 않으니 나라도 아랫동서들 챙겨야 겠기에 적지만 봉투라도 챙겨야 하고
양가 홀로계신 아버님 용돈도 마련해야 하고 우리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또 주변의
각별한 사람들과 마음이라도 나눠야 하는데
아무튼 생각만 해도 복잡하다.
그런데
이 생각이 난다.
97년 남편회사가 부도가 나서 추석 명절에 월급이 나오지 않은채로 추석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마음이 얼마나 쓸쓸하던지...잊을 수가 없다.
추석차례를 지내고 뒷밭의 붉은 고추들을 따면서 정말 돈이 생기면 형제들과 나누며 쓰겠다고
그래야 즐겁다고 굳게 마음먹었었다.
좀 힘들더라고 동서들에게나 조카들에게나 조금씩이라도 나누면
내 마음이 뿌듯하다.
나 힘들다고 그냥 지나가면 영 마음이 불편하다.
산다는게 나만 잘 살아가면 무슨 보람이 있을까?
몇년전,내가 새롭게 공부를 시작할 때
나와 시를 함께 쓰던 문우가 등록금하라고 50만원을 주었던 기억 잊지않는다.
유방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나의 공부를 누구보다 기뻐해주던 친구
그 친구의 마음 잊지 않는다.
아..이제 오늘 저녁 대본을 쓰기 시작해야겠다.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스러운 글을 써야겠다.
올 설에는 나도 남편에게 선물해야겠다.
신권을 바꿔서 봉투에 곱게 넣어서 남편에게 주어야 겠다.
남편 지갑속이 헐렁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리는데
방송국에서 아내가 번돈 ..남편에게 나누어주면서 나도 한번 뽐내봐야 겠다.
남편 반응이 어떨까...생각만 해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