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사랑익었다

비단모래 2007. 10. 12. 23:20

 

 

 

남편회사에 있는 석류나무

석류가 이쁘게 익었다고 퇴근길에 찍어왔다.

사랑 그렇게 익어

저절로 웃음 벙글듯...

 

 

지난 3월부터 독서치료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1달전 부터 실습나간 어린이들을 만나고 나서부터 공부하기 잘했다고

시간 없다고 허둥대면서도 잘 했다고 위안을 얻는다.

 

요즘 불안한 심리에 있는 어린이들이 너무 많은것 같다.

자녀들도 하나 나 많으면 둘인 가정이 많은데 부모들이 생활전선에서 바쁘고

또 편부.편모,조모.조부 가정이 늘다보니 가장 피해를 입는게 어린이들이다.

 

내가 처음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다섯명

여학생 셋,남학생 둘

첫날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내 소개를 하고 자신들의 소개를 하면서도 고개를 들지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자신들의 일에만 몰두했고..서로 싸우고

거칠게 말하고 울고...그야말로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책을 읽고 소감을 말하는 일도 건성이고

그림을 그려 자신을 표현하는 일도 건성이고 글씨도 엉망으로 휘갈겼다.

 

첫날은 그렇게 소개하고 별명짓고 몇가지 그림테스트 하고 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작정 책을 읽고 말하고 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느꼈다.

 

 

두번째 날은 우선 만나자 마자 가슴에 안았다.

하나씩 이름을 부르며 가만히 안아주었다.

한 여자아이...예원이가 파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공부 못해서 왕따를 당한다는 승미도 내 가슴에서 가만히 안겼다.

혜빈도 창권이도 재성이도 그렇게 한번 안아줬다.

 

그리고 느낌을 물었다.

선생님께 안긴 느낌...

 

그저 눈물이 그렁했다.

그날은 조용했다. 내가 내주는 과제도 따라하고 선생님 맞혀봐라 퀴즈도 내고..

이 아이들에게 시낭송을 가르쳤다.

'그리고 동시를 한편씩 외워오라고 ..형식과 음을 가르쳐 보냈다.

과연 이아이들이 시를 외워올까?

가는 길 아이들을 또 안아줬다...

승미가 말했다.

"선생님...울엄마는 소리만 질러요..."

"선생님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리질러...엄마들은 다 비슷해..니 엄마만

그러신게 아니야..오늘은 가서 엄마를 꼭 안아드려봐"

 

세째날 두아이가 시를 완벽하게 외워왔다.

생전처음(피..6학년 이면서 생전처음이란 말을 쓰네) 시를 외워 봤다고...

엄마앞에서 연습을 하고 엄마를 들려주었더니

화만내던 엄마가 웃었다고 나에게 쫑알거렸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가져다 선생님 드세요..하며 내민다.

이 아이스크림을 다섯아이와 한입씩 나누어 먹았다.

선생님 드시라고 사양하는 아이들...그아이들과 함께 먹는 법을 가르쳤다.

"너희와 이렇게 나눠 먹으니 더 맛있네..."

 

"우리 동시 열심히 외워서 선생님 마치는 날..시낭송을 하자"

라고 했더니 예원이 눈빛이 떨린다.

"우리 헤어지는 건가요"

"음....그럴수도..."

 

그런데 어제 예원이가 쪽지를 하나 내민다.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란다.

 

내용은 선생님이 엄마같아 좋다는 내용이고

선생님 오시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하고

헤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썼다.

그리고 글씨를 잘쓰려고 노력하며 편지를 썼다고 적었다.

 

아...정말 한달만에

아이들을 만난지 한달만에 아이들이 나와 눈맞추고 내가슴에 안기고

자신의 마음을 내게 전해주었다.

 

벌써 걱정이다.

이 아이들과 헤어질 일이..

 

예술치료에서 독서치료,미술치료,음악치료, 시치료를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높은 것이 시 치료란다.

다행이다. 내가 시를 쓰는 시인이라서..그리고 내가 시낭송가라서...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면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시를 예쁘게 읽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어떻게 작가가 됐느냐고 묻는다.

 

"응~선생님 어렸을때 시골에서 전학와서 아이들이 촌띠기라고 많이 놀렸거든

그래서 많이 외로웠어

너무 외로워서 꽃하고 말하고 나무하고 말하고 구름하고 말하고

집에와서 책읽고 외로운 마음을 일기로 쓰고 했더니 어느새 작가가 돼 있었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만 외로운게 아니구나..선생님도 외로웠구나..."

나를 꼭 안는다.

 

아..이젠 내 가슴이 떨린다.

 

나중에 다문화가정...결혼해서 우리나라로 온 이주여성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겁없이 시작한 한국어 강사 자격증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해야겟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