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1월의 나무-황지우 11월의 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生)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測光을 .. 세상의 시(詩) 2014.10.17
[스크랩] 사랑한다면-채영선 사랑한다면 채영선 사랑하겠노라고 말하세요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 있노라고 말하세요 정말 사랑한다면 느낌은 말하지 말아요 변하기 쉬우니까 슬픔도 말하지 말아요 상처는 나을테니까 목숨보다 사랑한다 말하지 말아요 떠나는 사람 누구나 그렇게 말했지요 말하기 힘들어도 말해야 .. 세상의 시(詩) 2014.10.17
[스크랩] 하늘과 바람과 별을 그리워하는 그대에게-전영관 하늘과 바람과 별을 그리워하는 그대에게 - 윤동주 시낭송 발표회 축시 - 전 영 관 당신이 그리울 때면 하늘을 바라봅니다. 내 모든 것을 받아줄 것 같은 하늘엔 수줍은 얼굴의 당신이 있어 편안합니다. 당신의 손길을 느끼고 싶을 땐 바람과 마주합니다. 거칠게 굳어버린 제 마음을 부드럽.. 세상의 시(詩) 2014.10.17
[스크랩]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桶 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를 들여다보면 너는 어느새 은밀한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한 얼마나 장렬.. 세상의 시(詩) 2014.10.17
[스크랩] 화이트 크리스마스-나태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 세상의 시(詩) 2014.10.17
[스크랩] 설날 아침에-김종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세상의 시(詩) 2014.10.17
[스크랩] 꽃 또는 절벽-박시교 꽃 또는 절벽 - 박시교(1947∼ ) 누군들 바라잖으리, 그 삶이 꽃이기를 더러는 눈부시게 활짝 핀 감탄사기를 아, 하고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절벽이기를 일상 언어로서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언어도단(言語道斷), 절벽이 선(禪)이고 시(詩). 불교의 선에서는 허망한 언어의 낭떠러지에 떨어.. 세상의 시(詩) 2014.10.17
늦게 온 소포-고두현 늦게 온 소포 고두현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 세상의 시(詩) 2014.08.09
[스크랩] 짧은시 모음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신록..외 신록 -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 세상의 시(詩) 201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