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씨!
작년 시월
시낭송 대회에서 삼남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을 완벽하게 암송하는 삼남씨의 야무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예심을 통과하고 본선 날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섰습니다.
결고운 선율에 맞춰 낭송하던 님의 침묵
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그 목소리는 문풍지처럼 팔랑였고
대나무 울림처럼
사람마음을 출렁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삼남씨는 우리회원이 되었고 연말모임, 그리고 신년모임에 참석해
경쾌하고 명랑하게 우리모임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작년 시낭송을 대회를 치른 8기들과 점심을 약속했습니다.
올 한해 시낭송회원들의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해주고 싶어서 입니다.
당장 4월 신탄진봄꽃제 시낭송이 있고 동춘당 문화제 한시낭송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8기회원들의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낭송회 회장으로 여러가지 행사를 치뤄내려면
회원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삼남씨가 물었습니다.
"회장님~궁금한게 있는데요..작년 예심자리에서 회장님께서 이런말을 하셨어요.
여러번 세상을 포기하고 싶었을때 시를 읊으며 이겨냈다.
죽고 싶었을때도~시 때문에 살았다...그러니 여러분
시낭송을 하시면서 세상의 아픔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요. 무슨 사연이 있으신가요?"
*^^*
잠시 웃었습니다.
"내가 그랬나요?"
"네~겉으론 너무도 밝은 분이라서~무슨 사연이 있는지 참 궁금해요"
삼남씨~
제 작은아들이 많이 아파서 대수술을 여덟번을 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한달만에 다리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시작해
너무많은 아픔이 있어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연탄박스를 방에 들여놓았다가 아이가 너무 많이 울어서 그만두었고
베란다에 서보았다가 아이가 쉬를 한다는 바람에
깡통에 쉬를 시키면서 죽음궁리에서 벗어나 살아야 하는 의미를 찾았어요.
그아이가 지금 간호대학에 들어갔고 지금은 필리핀에서 영어연수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담담히 이야기해주었더니
삼남씨 눈물이 글썽했지요.
그러며 삼남씨 이야기를 했습니다.
회장님~지난 1월모임날 제가 사고로 잃은 아이의 취학통지서가 나왔습니다.
아이를 잃고 차마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제 호적에서 지울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마음에서 도려낼 수 없어 그냥 두었더니
학교갈 때가 되었다고 취학통지서가 나왔더군요.
통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비로소 사망신고를 했습니다.
우리식구에서 그아이의 이름을 도려내며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모임에 나가 넘치게 명랑하게 지내다 왔습니다.
회장님의 아픔을 이해합니다.
아~그랬군요~삼남씨.
그자리에 있던 우리모두는 삼남씨의 눈물묻은 웃음을 함께했습니다.
사연없는 삶은 없다더니...
"회장님은 어찌 그리 밝으신가요"
" 그아이가 제곁에 살아있기때문입니다.
그아이 형이 그러더군요..엄마~살아있는것도 기특한데~그렇게 공부하러
혼자가있는건 더 기특하니..동생이 이번에 호주로 간다는것 허락하자고요"
삼남씨~
잘 이겨내고 있네요.
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파르르 떨리던 그목소리가 맴돕니다.
오늘 겨울햇살이 참 밝았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그 아린 세월을 살아가는 삼남씨에게
옥오제 놀이터옆 살폿 부푼 매화봉오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회장님~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이세상 어떤 고통도 자식보다는 크지 않습니다
돈없는것도 남편들이 속썩이는 것도 아이들이 공부 안하는것도
시댁에서 힘들게 하는것도~자식이 아프고 잃는것보다는 아프지 않죠.."
하면서 육교를 건너는 삼남씨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참 아름답고 아픈 엄마의 뒷모습
그 등에 겨울햇살 퍼지고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바로 이아이가 필리핀에 있는 작은아들 한철이~
여자친구가 방학을 맞아 필리핀을 다녀왔다.
여긴 대통령이 이번 필리핀 방문때
동행한 막내외삼촌이 묵어 ...만날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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