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스크랩] 그늘-이길옥

비단모래 2014. 7. 11. 13:19

그늘 - 이길옥


그늘의 힘은 대단하다.
아무나 쉽게 그늘을 만들지 못한다.
땡볕 가시에 독이 오른 여름 한낮
이마에 솟는 땀방울이 후끈 달아오를 때
그늘의 영역을 훔쳐봐라
턱까지 차오른 열기가 기죽는다.
아무리 뜨거워도 결국 식고 만다.

그늘의 위력은 무한하다.
누구나 쉽게 그늘이 되지 못한다.
어렵고 힘들 때 기대어 의지할 수 있는
슬프고 괴로운 때 등 다독여 위로 받을 수 있는
좌절하여 풀 죽어 있을 때
가슴에 안아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그늘
그 울타리를 넘어봐라
허허 벌판의 냉기가 이빨 갈 것이다.
금방 무릎에 힘이 빠져 꺾이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늘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아무나 그늘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늘은
넉넉한 품으로 포근히 감싸안아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그늘다운 것이다.
심해에 풍덩 빠져도 건져주는
천 길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도 받아주는
그게 그늘인 것이다.

출처 : 금사(錦沙)시낭송.스피치 힐링&조이 아카데미
글쓴이 : silkjewe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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