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시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비단모래 2008. 7. 11. 12:08

 

 연일 폭염으로 온 세상이 끓고 있는 어제저녁 음력 6월초 여드레

시 할머님 기일이었다.

 

불 앞에서 전 붙이고 제사음식 장만 할 생각에 방송을 하면서도 숨이찼다.

시골에서 아버님은 일찌감치 오시고

나는 방송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부랴 부랴 돌아왔어도 5시.

 

저녁을 지어 식구들 먹이고

장봐오고

그리고 10시30분

30분도 안되는 제사를 지내려 몇시간 땀으로 목욕을 했다

 

오늘 아침

기침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온 작은 아들은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린다고 시골을 갔다.

 

큰 아들은 엄마 어제 수고하셨고 몸살 나지 않으셨느냐고 전화를 했다.

 

우리집 두아들

신통하다.

 

할아버지 모셔다드리는 일을 기쁘게 하는 작은 아들도 기특하고

엄마를 걱정하는 큰아들 마음도 따뜻하고

수고 했다고

오늘은 좀 푹 쉬라고 하며 출근한 남편의 마음도

고단한 내 몸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된다.

 

그래 가족

가족이란 그런거야

잡아주고 끌어주고 일으켜 주고 밀어주고 안아주는...

 

수항리연가

         -시 할머니 기일

 

폭염이 사람 마음까지 삶아대는 음력 유월 초 여드레

얼굴도 못 뵌 시할머님 제사 준비를 한다

할머니 마른 젖을 중학교 때까지 만지며 잤다는

내 남편의 그렁한 그리움

 

할머니 살아계실 때 초 하루 보름 새벽

30리 재를 넘어  조기를 사다 어머니 아침 밥상에 올렸다는

늙은 시아버님의 기억저편의 어머님

 

호된 시집살이로 가슴이 멍들었어도

말없이 시어머니를 모신 내 시어머니의 정성스런 기억을 떠 올리며

손부

들깨 갈아넣고 고사리를 볶았다

 

맏손주 사랑

기가 막혔다는

할머니를 그리는 가슴속에

할머니는 어떤 존재로 남았을까

 

어머니 잃고

아내 잃은

시아버님의 가슴은 미덥지 못한 맏며느리 바라보며

오늘 밤 얼마나 느껴우실까

 

머리를 떼지 않은 닭을 삶으며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다가도

탯줄로 이어진 아버지의 어머니

아버지의 큰 아들

그 큰아들과 나의 두아들

그리고 손녀로 이어지는

 

결코

 

놓을 수 없어

 

가스렌지 화구마다 활활 불을켜고

땀을 졸이며

탕국을 끓인다

 

무 소고기 새우 홍합 두부 버섯

서로 엉겨

진한 국물로 가족사를 우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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